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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만한 우리 아이, ADHD일까요?

병따개🐮 2020. 1. 18. 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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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산만한 우리 아이, ADHD일까요?

초등학교 5학년 아들을 둔 맞벌이 아빠입니다. 아이는 어릴 때부터 놀이터에서 집에 들어오는 것도 잊을 정도로 놀기를 좋아하고 장난기도 많은 편이었습니다. 그런데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 심상찮은 문제가 불거지기 시작했습니다. 수업 시간에 산만한 것은 말할 것도 없고 툭하면 친구들과 다툽니다. 아이의 성격이 비뚤어진 건 아니지만, 사람들을 놀라게 하고 친구들을 괴롭히는 돌발 행동 때문에 단 하루도 사고를 치지 않고 넘어가는 날이 없습니다. 그래서 거의 매일 매를 들고 야단도 쳐보지만 그때뿐이에요. 학교 선생님도 아이가 사회성이 부족하고 산만한 것이 ADHD일 것 같다며 병원 상담을 권하셨어요. 그런데 막상 병원에 가려니 두렵습니다. 도대체 이 아이를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A :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보세요

아이가 잘못하면 부모는 야단도 치고 훈계도 하며 바로잡으려 노력해야겠죠. 저는 체벌을 반대하지만 체벌하는 부모도 이해는 갑니다. 체벌을 해서라도 아이의 문제를 고쳐보려는 마음에 그러시겠죠. 하지만 같은 문제를 이유로 반복해서 아이에게 매를 들게 된다면 그때는 정말 체벌이 답은 아닙니다. 아이의 행동을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고 부모의 지도 방법에 달리할 부분은 없을지 먼저 살펴봐야 합니다. 그렇게 해서 지도 방법을 바꿔보고 그럼에도 문제가 계속된다면 그때는 아이가 가진 문제가 가정에서 감당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선 것이므로 전문가를 찾아봐야 합니다.

사연을 보면 거의 매일 매를 들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 말은 매를 드는 것이 전혀 효과가 없다는 의미죠. 효과가 없는데도 다른 방법을 쓰지 않고 계속 같은 방법만 쓰고 계세요. 밥을 하는데 매일 같이 밥을 태우는데도 계속 같은 방식으로 하면서 또 탄다고 속상해하기만 하는 것과 마찬가지죠. 그 정도 됐으면 이제는 다른 사람의 의견이나 조언을 구하고 부모님의 생각을 바꿔야 합니다.

일반적으로 우리는 어떤 일을 할 때 자신이 가진 방법이 통하지 않으면 새로운 방법을 적용해봅니다. 그래도 안 되면 다시 공부를 하거나 그 방면에 정통한 전문가를 찾아 의견을 구하죠. 그런데 많은 부모님들이 자식 키우는 건 처음부터 끝까지 한 가지 방법만 고집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이 키우는 데 뭐 특별한 방법이 있겠냐고 말하기도 하죠. 하지만 아이를 대하는 방식이나 문제에 대처하는 방법은 생각보다 다양합니다. 그것을 모르고 자기 방식만 끝까지 고집하다 문제가 심각해지는 경우가 자주 벌어집니다.

요즘은 ADHD(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가 많이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이에 관한 오해가 많습니다. 폭력적이고 굉장히 부산한 아이들만이 ADHD라고 흔히들 생각하죠. 이런 오해가 널리 퍼진 데는 미디어의 영향이 큽니다. 미디어에서 쉽게 흥미를 끌 수 있는, ADHD의 극적인 사례들을 주로 보여줬기 때문이죠.

하지만 ADHD는 그리 심각한 병이 아닙니다. 무엇보다 초등학생 기준으로 유병률이 6~10%입니다. 열 내지 열여섯 명의 아이 중 한 명은 ADHD라는 것이죠. 보통 초등학교 한 반에 두세 명꼴입니다. 학교에서 문제를 많이 일으키거나 산만해서 수업에 집중하지 못하는 아이들을 심한 순서대로 다섯 명을 뽑는다면, 그중 두세 명은 ADHD이고, 다른 두세 명은 정서적인 문제나 인지능력의 문제 등을 가진 아동입니다.

ADHD가 의심되는 아이의 경우엔 학교 선생님이 상담을 받아보는 게 어떠냐는 말로 병원에 가볼 것을 완곡하게 권합니다. 우리나라의 교육 환경에서 교사들이 상담과 병원 치료를 권한다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부모들이 그런 말에 상처를 받는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죠. 그런데 교사가 권할 정도라면 대개는 정말 힘든 경우입니다. 그럴 때는 반드시 권유대로 상담을 받아보는 것이 좋습니다. 꼭 ADHD가 아니더라도 도움이 필요한 경우니까요.

물론 부모 입장에서는 아이가 나이를 먹으면 좀 나아지겠지 하는 마음도 들 겁니다. 내가 좀 더 노력하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죠. 그런데 만약 아이가 ADHD라면 가정에서 노력한다고 쉽게 해결되지 않습니다. 다리를 다친 아이에게 100m 달리기를 시킨다고 생각해보세요. 아이가 다리 때문에 제대로 못 뛰는데 왜 빨리 뛰지 않느냐고 다그친다고 잘 뛸 수 있을까요? 마찬가지로 시력이 0.1도 안 되는 아이를 안경 없이 교실 뒤에 세워놓고는 칠판 글씨를 읽어보라고 하면 어떨까요? 아이는 안 보여 읽지 못하는데 왜 못 읽느냐며 나무라면 어떨까요? ADHD도 이와 비슷한 문제입니다. 노력한다고 해결되지 않습니다.

어떤 부모들은 이렇게 반문합니다. "그런데 집중을 잘할 때도 있는 걸요?" 맞습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일이라면 혹은 많은 노력을 기울이면 한시적으로 잘할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언제나 긴장하고 노력하며 살 수는 없습니다. 만약 아이가 늘 엄청난 노력을 해야 한다면 집중은 할 수 있을지 몰라도 다른 병에 걸리고 말 것입니다. 매 순간 100%의 노력을 기울이며 살 수는 없는 법이고, 아이들은 더욱더 그러기 어렵지요.

주의력에 어려움을 겪는 아이들은 대개 자기를 조절하는 힘이 부족합니다. 우리 머릿속에는 자기 행동을 조절하는 센터가 있는데, ADHD 아이들은 이 부분의 발달이 조금 더딘 것입니다. 뇌의 특정 부분의 발달이 더뎌서 제 기능을 못하는 경우는 드물지 않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음치지요. 음치는 다른 능력은 멀쩡한데 유독 음정을 못 맞춥니다.

마찬가지로 주의력 혹은 자기 조절과 관련된 부분의 발달이 늦을 수도 있습니다. 이런 아이들은 지루하고 귀찮은 일에는 주의를 기울이기가 너무 힘들죠. 게다가 돌발 행동을 하기 쉽습니다. 순간순간 자기조절력이 떨어져 하지 말아야 할 행동을 하게 됩니다. 자동차로 말하자면 브레이크가 잘 안 듣는 격이죠. 적정선에서 멈춰야 하는데 브레이크가 안 걸려서 자주 도를 넘어 행동하니 주변 사람들은 당황하고 부모는 야단을 자주 치게 됩니다.

그런데 이런 부정적인 경험이 축적되면 아이의 성격에 문제가 생깁니다. 성격은 평생 가는 것인 만큼 나중에는 이 부분이 더 문제가 됩니다. 자존감이 낮아지고 피해의식을 갖게 되며 생각이 쉽게 부정적인 방향으로 흐릅니다. 아이뿐 아니라 이런 아이를 키우는 부모의 성격도 변할 수 있습니다. 아이와 함께 살면서 10년 이상 부정적인 말과 행동을 계속하게 되니 부모도 알게 모르게 까칠하고 부정적으로 변하는 것입니다. 그러다 보면 나중에는 부모와 자녀 중 누가 처음에 문제였는지 알기 어려울 정도로 부모의 성격 역시 왜곡되어버립니다.

이미 지금까지 입은 상처만으로도 아이는 많이 힘들 것입니다. 그 상처를 아이는 평생 짊어지고 가야 하겠죠. 그러니 지금이라도 전문적인 도움을 받아보길 권합니다. 아이의 문제가 ADHD일 수도 있고, 다른 원인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병원을 방문하는 산만한 아이 중 ADHD가 원인인 경우는 대략 절반 정도입니다. 나머지는 발달이 느리거나, 정서적인 문제가 있거나, 그도 아니면 아이의 문제가 아니라 부모가 유달리 걱정이 많은 성격인 경우입니다.

많은 ADHD 아동의 부모들이 아이한테 약을 먹이는 것에 큰 부담을 느껴서 병원을 찾지 않습니다. 부작용을 걱정하는 경우도 많죠. 하지만 부작용은 그리 크지 않고 혹시 부작용이 생긴다면 그때 복용을 중단해도 됩니다. 약을 끊으면 부작용은 사라집니다. 또 약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도 이 아이들을 도울 수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소아정신과를 다니면 기록이 남아 미래에 불이익을 받는다는 말도 합니다. 전혀 근거 없는 이야기입니다. 진료를 받은 기록은 5년간만 보관되며 그 이후에는 삭제됩니다. 아이가 어른이 되었을 때는 불이익을 줄 기록 자체가 남아 있지 않습니다.

보통 부모들은 약을 먹어서 생기는 부작용만 주로 생각합니다. 그런데 반대로 아이의 어려움을 제때, 제대로 도와주지 못해 생기는 부작용도 심각합니다. 자존감이 떨어지고 피해의식을 갖게 되죠. 그 나이에 해야 할 발달 과제나 능력 개발도 이뤄내지 못합니다. 그러니 아이에게 어려움이 있다면 더 이상 지체하지 마세요. 혼자서 염려하지 말고 꼭 전문가를 찾아가보기를 바랍니다.

Plus Q&A : 좋아하는 것에 집중을 잘해도 ADHD일 수 있나요?

ADHD는 주의력과 관련된 질병입니다. 주의력은 집중력과는 조금 다릅니다. 주의력은 필요한 데 주의를 기울이고 필요하지 않은 곳에는 주의를 거둬들일 수 있는 일종의 조절능력입니다. 반면 집중력은 한 가지에 몰입할 수 있는 능력입니다. 대부분의 ADHD 아이들도 몰입할 수 있는 능력은 있습니다. 오히려 지나치게 몰입하는 경우가 많죠. 쉬는 시간이 끝나면 그만 놀고 이제 교사에게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데 쉬는 시간에 놀던 것에 계속 집중하느라 지적을 받게 되죠. ADHD 아이들은 게임이든 놀이든 지나치게 몰입하기에 정작 해야 할 일은 소홀히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부모들이 흔히 오해하는 것 중 하나가 아이가 집중을 잘하면 ADHD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자기가 좋아하는 것에 집중력을 발휘한다고 해서 주의력도 좋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자기가 좋아하지 않는 것이라도 필요한 경우 어느 정도 집중할 수 있어야 ADHD가 아니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음은 일반적인 아이들의 주의력 체크 리스트입니다. 이 수준에 많이 못 미칠 경우 주의력 문제를 의심해봐야 합니다.

〈연령대별 주의력 체크 리스트〉

• 초등학교 저학년(1~3학년)
□ 20~30분 동안 혼자서 숙제를 할 수 있다
□ 15~20분 정도 걸리는 집안일을 스스로 끝마칠 수 있다
□ 식사 시간에 차분히 앉아 있을 수 있다

• 초등학교 고학년(4~6학년)
□ 30분~1시간 동안 혼자서 숙제를 할 수 있다
□ 30분~1시간 정도 걸리는 집안일을 스스로 끝마칠 수 있다
□ 1~1시간 30분 동안 운동 연습이나 종교 행사에 참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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