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며칠전 형이 몸이 좋지 않아 병원에 입원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혈액검사와 조직검사를 했는데 간의 수치가 너무 높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며칠뒤 간경화 초기라는 의사선생님의 말씀이 있었습니다. 간경화가 확실히 어떠한 병이고 어떻게 진행되는지 혹시 간암으로 진행되는지 궁금합니다.
A.
간경화란 잘못된 말입니다. 정확한 병명은 간경변입니다. 어떤 이유로든지 간의 지속적인 염증과 치유의 반복적인 과정으로 인한 간세포의 섬유화를 말하며 주로 간염 바이러스, 술 등에 의합니다. 계속적인 병의 진행과정에서 일부 환자들에게(약10-30%) 간암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일단 간경변이 되면 거의 모든 경우에서 원상회복이 불가능합니다. 그러므로 치료의 목적은 더 이상의 간기능 악화를 방지하는 것입니다. 다음은 간경변에 대한 일반적인 정보를 알려드리겠습니다.
간이란?
인체에서 가장 큰 장기인 간의 무게는 대략 1.5kg정도이고 크기는 대략 럭비공만합니다. 위치는 복부의 오른쪽 윗부분이며 보통은 갈비뼈 밑에 숨어 있습니다. 정상적인 간은 연하고 부드러우며, 간에서 만들어진 담즙의 통로인 담도에 의해 소장과 연결 되어 있습니다. 위장에서 영양분을 흡수한 피는 거의 모두 간으로 흘러들어가게 됩니다. 인체의 가장 큰 화학공장이라 할 수 있는 간의 수천가지 기능은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습니다.
1. 생산 공장 지혈에 필요한 응고 인자, 알부민 등의 혈액 단백, 담즙, 수천 가지의 효소들
2. 콜레스테롤의 처리
3. 근육기능에 필요한 에너지 저장
4. 정상 혈당의 유지
5. 여러 호르몬의 조절
6. 여러 약제들 및 술을 포함한 독소의 제독
따라서, 간 질환이 생기게 되면 우리 몸의 기능이 광범위하게 손상될 수 있다는 것은 쉽게 짐작할 수 있을 것입니다. 간 질환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 중의 하나가 바로 간경변일 것입니다.
간경변이란?
간경변이란 여러 원인에 의해 정상 간세포들이 파괴되고 흉터 조직으로 대치되어 정상 간 조직의 양이 줄어들게 되는 만성 간질환을 통틀어 칭하는 용어입니다. 간단히 말하면 간 전체에 흉터가 생긴 것으로 이해하시면 쉽습니다. 이렇게 간에 광범위하게 흉터가 생기게 되면 질서정연하던 간의 구조가 뒤틀리게 되어 간 조직의 혈액순환이 어렵게 되고 따라서 가뜩이나 양이 줄어들은 간 조직은 생명의 유지에 매우 중요한 기능의 일부를 원활히 할 수 없게 됩니다.
간경변 원인은?
간경변으로 진행할 수 있는 만성 간질환으로는 B형 및 C형 만성 바이러스성 간염, 술에 의한 알코올성 간염이 흔하고 드물게는 여러 가지 유전질환 및 자가면역성 질환 등등이 있습니다.
간경변에 대한 자세한 사항
1. 만성간염은 모두 간경변으로 진행하나?
그렇지 않습니다. 일부 환자에서만 간경변이 오게 됩니다. 개인에 따라 흉터가 빨리 심하게 오는 사람도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듯이, 간경변이 오는 것도 개인에 따라 천차만별입니다. 그렇지만, 일반적으로 간염이 심할수록 그리고 오래 지속될수록 간경변이 올 가능성이 높으리라는 것은 쉽게 짐작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나라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만성간염 환자의 약 23% 정도가 10년내에 간경변으로 진행한다고 합니다.
2. 계속적으로 과음하게 되면 항상 간경변이 오나?
계속적으로 과음하는 사람들의 대부분이 다양한 정도의 간손상을 받게 되지만, 반드시 간경변으로 진행하는 것은 아닙니다. 알코올 중독자가 많은 서양의 연구에 따르면, 알코올을 하루 80g(양주 150cc, 소주 300~400cc, 포도주 750cc, 맥주 1500~2000cc정도)을 15년 이상 마신 사람의 약 1/3 정도에서 간경변을 확인할 수 있었고, 1/3에서는 지방간을, 나머지는 가벼운 간손상 정도만을 관찰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일반적으로, 술을 많이 마실수록, 과음을 자주 그리고 습관적으로 할수록 간경변이 생길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3. 사교적으로 음주하는 사람은 안전한가?
그렇지 않습니다. 알코올 중독자는 아니지만 사교적으로 음주하는 사람에서도 간경변이 생길 수 있습니다. 간경변이 생기는 요인으로는 음주량, 빈도, 타고난 체질 등이 있으며, 영양상태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리라 생각됩니다. 간이 술에 의해 손상받는 정도가 사람에 따라 왜 차이가 나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4. 간경변이 생기면 어떤 증상이 나타나게 되는가?
보통 간경변은, 간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알 수 있는 증상의 발현이 없이 조용히 시작됩니다. 그러나 간이 파괴되고 흉터잡히는 것이 계속 진행하면 다음과 같은 증상들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 식욕부진
- 메스꺼움 및 구토
- 체중 감소
- 황달 : 간에서 담즙색소를 효과적으로 배출하지 못하여 눈의 흰자위 및 피부가 노랗게 변색되는 현상
- 피부의 가려움증 : 담즙이 배출되지 못하고 몸에 쌓이기 때문
- 복수 : 배 안에 물이 고여 배가 부어 오르는 현상
- 토혈 : 식도 및 위 정맥류 출혈
- 여러 약제들의 효과 증강 : 간의 약제 처리능력이 저하되기 때문
- 간성 뇌증 : 약간의 의식변화에서 시작하여 심한 혼란 및 혼수에 빠지기도 함
5. 어떻게 진단하나?
간경변의 진단은 간 조직검사 혹은 여러 가지 임상적 소견들의 확인을 통하여 진단 하게 됩니다. 간경변을 시사하는 소견은 진찰소견상 간이 부어 단단하게 만져진다든지 비장이 부어 만져진다든지, 혈액검사 소견상 혈소판수가 현저히 감소되어 있다든지, 초음파를 비롯한 영상검사 소견상 간의 모양이 뒤틀려 있고 비장이 많이 커져 있다든지, 내시경 소견상 식도나 위에 정맥이 불그러져 있다든지 하는 것을 말합니다. 이러한 소견들은 간경변이 왔다는 것을 시사할 뿐이지 절대적인 것은 아닙니다. 예를 들면, 초음파 검사상에서 간경변이 의심되는 소견이 나왔다고 해서 반드시 간경변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또한 이러한 방증들이 없다고 해서 간경변이 없다고도 할 수 없습니다.
6. 내 간이 얼마나 굳었나?
여러 가지 검사후 간경변 진단을 받은 환자중 간혹 '내 간이 몇 %나 굳었는가?'라는 질문을 하는 환자들이 있습니다. 실제로 간경변이란 간 전체에 오는 것으로 한 부분만이 굳는 것은 아니며, 간의 굳은 정도로 환자의 앞날을 예측할 수는 없습니다. 간경변의 정도는 '간이 얼마나 단단하냐' 라는 기준으로 보는 것은 아니고 '환자의 생명유지에 필요한 간의 기능이 얼마나 남아 있느냐'는 기준으로 분류합니다. 즉, '간의 기능이 충분하다', '어느 정도 모자라다' 그리고 '형편없이 모자라다'로 구분합니다.
7. 한번 굳은 간은 다시는 풀리지 않나?
일단 경변이 온 간이 풀릴 수 있는가에 대하여는 아직 구체적으로 연구된 바가 없기 때문에 정확히 말할 수 없으나 불가능한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이런 경우는 기적과도 같이 매우 드문 일이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여겨집니다. 또한 간경변 환자를 치유시킬 수 있다고 장담하는 사람도 있는 것으로 아는데, 아직까지 굳은 간을 풀 수 있는 효과적인 약제는 전무합니다. 간경변 환자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남아 있는 간의 기능을 망가뜨리지 않고 잘 보존하는 것입니다. 즉, '내 간이 어떻게 하면 좋아질 것인가?'보다 '어떻게 하면 내 간이 망가지지 않을까?'를 항상 생각하는 것이 더 유익할 것입니다.
8. 간경변의 치료는?
간경변의 치료는 그 정도 및 종류에 따라 다릅니다. 이상적으로는 간경변의 진행을 막고, 이미 온 간손상을 가능한 한 되돌리며, 일상생활이 지장을 초래하거나 생명에 위협이 되는 여러 가지 합병증들을 치료하는 것이 주 목표가 됩니다. 간경변의 진행을 막거나 간손상을 되돌리려면 무엇보다 원인의 제거가 필수적입니다. 예를 들면, 알코올성 간염의 치료에는 금주 및 균형 있고 적절한 식이가 반드시 필요하며, 바이러스성 만성 간염 (B형 및 C형 간염)에 의한 간경변의 치료에는 원인 바이러스의 번식을 막는 치료가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9. 간경변의 합병증은?
간경변의 합병증으로는 복수 및 자발성 세균성 복막염, 간성 뇌증, 식도 및 위 정맥류 출혈 등이 있습니다.
10. 다른 질환에 미치는 영향은?
우리 몸의 적절한 기능을 유지하는데 있어 간의 역할이 막중하기 때문에, 만성 간질환으로 다양한 질환에 대한 우리 몸의 적절한 반응이 변화될 수 있습니다. 간경변에 의한 간기능장애시 각종 질환의 치료에 필요한 약제의 용량이 변할 수 있고 당뇨병의 치료가 어렵게 되며, 감염증에 대한 인체의 반응이 변화되고, 수술을 견디어 낼 수 있는 능력도 저하됩니다. 특히 간경변이 있는 환자는 치명적인 세균 감염, 신장 기능의 저하, 위궤양, 담석증, 당뇨병, 간암 등이 생기기 쉽습니다.
11. 간경변과 간암
일단 간경변이 생기게 되면 간암이 생길 가능성도 높아집니다. 초기 간경변으로 진단된 환자의 경우 5년 내에 3~6%, 10년 내에 약 11~15% 정도에서 간암이 발생했다고 보고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간암의 발생을 막을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은 아직 없으므로, 전문가들은 가능한 한 조기에 발견하고자 하는 노력으로서 3개월 간격으로 혈청에서 간암 수치의 변동을 조사하고 초음파를 통하여 간의 영상을 점검할 것을 권장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조기에 진단을 할 수 없는 경우도 없지는 않지만, 대다수의 환자에서 조기에 간암이 발견되어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12. 적절한 치료시 간경변 환자의 앞날에 대한 전망은?
간경변 초기의 환자들은, 전문의의 권고를 잘 지키면서 치료를 받는다면 대부분 정상적인 생활과 사회활동을 할 수 있습니다. 상당한 손상을 받은 후에야 간경변이 발견되었다면 호전의 전망은 그리 좋지 않으며, 복수 혹은 정맥류 출혈 등의 합병증이 생길 가능성 또한 높습니다. 간은 큰 장기여서 어느 정도의 손상에도 필수적인 기능은 유지할 수 있으며, 제한된 범위내에서 자신을 보수할 수 있는 능력도 있어, 죽은 세포가 새로운 세포로 대치될 수도 있습니다.